문화산업 현장의 가장 뜨거운 소식을 전문가들이 진단합니다.
우리나라 문화계의 가장 최신 소식부터 흐름 진단까지 재밌고 알찬 정보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합니다.
한국의 우수한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든든한 조력자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국내외 문화예술계 만남 108건 주선
K-문화 해외 진출 돕는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플러스’
글 신연수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K-공연'의 전통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형성한 한국 공연예술을 이끄는 아티스트 및 기획자들과의 네트워크로 앞으로 활발한 교류를 희망합니다.“
엠마 해이,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프로그램 매니저 Emma Hay, 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 Programme Manager(EIF)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은 10월 11~15일 '2023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플러스+' 사업을 개최했다.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는 국내 우수 공연 및 전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진흥원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플러스+'는 해외 문화예술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국내 공연 및 전시 단체와의 협업 등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로 앞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남아공, 미국, 베트남, 브라질, 싱가포르, 영국, 이탈리아, 필리핀, 헝가리 등 총 9개국에서 11명의 전문가가 방한했다.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 프로그램 매니저인 엠마 해이(Emma Hay), 헝가리 국립무용 극장 국제교류 매니저 산도르 졸탄(Sandor Zoltan), 싱가포르 아트하우스 수석 프로듀서인 크리스티 추아 수(Christie Chua Su-e) 등이다. 올해로 9년차를 맞은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플러스+'는 공연예술 장르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예술 소개 및 공연 관람 △국내 공연단체와의 1:1 미팅 △공동사업 기획의 컨설팅 추진 등으로 진행됐다.
“한국 문화예술을 한 눈에”
한국을 찾은 각국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공연장 및 미술관 등을 방문했다.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 LG아트센터 등의 극장 및 백스테이지 등을 둘러보고 기관 관계자들과 운영 방식을 교류하는 등 네트워킹이 이뤄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국제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이천 도자기 마을 등도 방문했다. 산도르 졸탄 헝가리 국립무용극장 국제교류 매니저는 '한국의 핵심 공연예술 기관들의 공연장과 백스테이지를 살펴보며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라며 '기관장 및 디렉터와의 미팅도 주선해줘 유익한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무용, 음악,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도 직접 관람했다. △리퀴드사운드 △아트프로젝트 보라 △그루브앤드 △코리아-프렌치 아트커넥션 △경기시나위 △나비부인 △첼로가야금 △이은결 등의 공연이다. 엠마 해이 EIF 프로그램 매니저는 가장 인상깊은 공연으로 '경기시나위 오케스트라'와 '첼로가야금'의 공연을 꼽았다. 올해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 중 하나로 공연한 경기시나위 오케스트라는 '아에이오우', '판의 아리랑', '청산' 등을 연주했다. 해이는 '흥겨운 전통음악과 더불어 이와 어우러지는 사물놀이를 통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놀라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첼로가야금은 첼로와 가야금이라는 각각 유럽과 아시아의 전통 악기로 이뤄진 어쿠스틱 앙상블 듀오다. 한국의 전통음악이 가진 특수성과 첼로가 가진 고유의 매력이 어우러져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해이는 '두 악기의 서로 다른 전통적인 특징들이 만나 현대적인 멜로디를 담아낸 독특한 합주가 흥미로웠다'며 ''2023 EIF'를 계기로 현지 관객들이 한국 작품에 흥미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 기회에 앞으로 다양한 한국 작품이 영국에 소개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산도르 졸탄 헝가리 국립무용극장 국제교류 매니저는 리퀴드사운드의 '긴:연희해체 프로젝트Ⅰ'를 보고 감탄했다. 이 단체는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단체다. 현대 무용수, 연희자, 컴퓨터 음악, 연출가, 무대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방법으로 해석하고, 흔하지 않은 소재를 제시함으로써 예술적 교집합을 찾는 작품을 만든다. 졸탄은 '헝가리 국립무용극장과 어울리는 작품'이라며 '앞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희망하며, 특히 한국의 현대무용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관계자들간 미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해외 전문가와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프로그램 풀에 참여하고 있는 공연예술 및 시각예술 단체 간 매칭도 이뤄졌다. 공연예술 분야에선 국내 25개 단체가 참여했고, 시각예술 분야에선 4개 단체가 참여해 총 108건의 1:1 미팅이 진행됐다. 여기에 진흥원 관계자와의 미팅도 마련돼 다양한 국제교류 사업을 소개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검토했다. 크리스티 추아 수 싱가포르 아트 하우스 수석 프로듀서는 '공연예술 업계 관계자들과 집중적으로 만나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좋았다'며 '한국 문화예술계 다양한 동료들과 더 많은 교류의 장이 계속해서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전시 관람과 한국문화 체험 등도 진행됐다. △사비나 미술관 △OCI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등의 전시를 관람했다. 그밖에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관람, 약초 족욕 체험, 한식, 서울식물원 관람 등 다채로운 한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정길화 진흥원장은 '올해는 특히 한국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해외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한국 문화예술 단체와 실질적인 국제문화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외 협력 기관 규모 3년새 지속 증가”
해외 문화예술 전문가가 직접 한국의 문화예술을 경험하도록 하는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플러스+'는 그동안 다양한 기획사업을 발굴하는 등 여러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앞서 2020년엔 미국·캐나다·UAE·프랑스·폴란드·아르헨티나·중국·카자흐스탄·독일·벨기에 10개 국가에서 순회 공연 실적을 냈다. 2021년에도 10개국(남아공·중국·캐나다·러시아·브라질·벨기에·스페인·호주·일본·홍콩·헝가리), 2022년에는 12개국(프랑스·독일·브라질·튀르키예·인도·필리핀·호주·미국·카자흐스탄·아르헨티나·벨기에·남아공)에서 순회 공연을 성사시켰다.
이 사업으로 발굴된 해외 협력기관의 규모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엔 14개 기관, 2021년 18개, 2022년 26개 기관과 협력했다. 지난해 협력기관이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로 델리, 첸나이, 뭄바이 3개 도시 순회공연을 추진하며 Inko Centre·인도 국립공연예술센터(NCPA)·Sir Mutha Venkatasubba Rao Concert Hall 등 6개 기관과 협력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3개 기관과 협력해 그 다음으로 많았다.
“해외 전문가 초청사업을 통한 기획사업 발굴”
지난 2월 캐나다 국립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국내 현대 무용 단체 모던테이블의 '속도'는 지난해 이 사업으로 방한한 캐나다국립아트센터 무용 디렉터 캐시 리바이(Cathy Levy)와의 협력으로 이뤄낸 결과다. 같은 작품의 10월 이탈리아 공연 역시 지난해 방문한 바리 키스메트 오페라 극장 회장 아우구스토 마시엘로(Augusto Masiello)를 통해 성사됐다.
국내 연극단체 성북동비둘기가 11월 미국 뉴욕 스커볼센터와 버지니아 모스 아트 센터에서 공연하는 '메디아 온 미디어'도 이 사업의 성과 중 하나다. 지난해 이어 올해 초청받은 뉴욕 스커볼센터의 디렉터 제이 웨그먼(Jay Wegman)과의 협력으로 추진됐다.
그밖에 이 사업을 통해 2017년엔 민요록밴드 '씽씽'이 미국 뉴욕의 'NPR Music Tiny Desk Concert'에서 공연했고, 국악 기반의 밴드 '잠비나이'는 2019년 터키 앙카라와 아다나 등 2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했다. 4인조 크로스오버 그룹 '블랙스트링'은 앞서 2020년 샌디에고, 산타바바라, 산호세, 버클리 등 미국 서부 4개 도시, 2022년 뉴욕, 볼티모어를 순회한 바 있다.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사업과 한국 아티스트들의 협력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한국문화의 매력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국제문화교류가 나아갈 방향을 위한 발판을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