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 허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진흥원의 대표 사업인 ‘수교계기 문화행사’와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는 ‘장기간’, ‘인적 네트워크’, ‘현지 기관과의 우호적 관계’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두 사업의 진행 방식과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나아가야 할 국제문화교류의 방향성에 대해 진흥원 교류기획팀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문화교류로 가는 수교계기 문화행사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비대면 디자인 교류 프로젝트 〈전채 2.0 : 음식으로 여행하기>를 개최했다. 본 프로젝트는 ‘2020-2021 한국-아랍에미리트(UAE)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열린 UAE와의 수교계기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팬데믹 시대의 성공적인 수교계기 프로젝트라는 평을 받았다. 일상 속 식문화를 주제로 진행된 본 전시에는 국내 디자인 교육기관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과 아랍에미리트의 디자인기관 ‘피크라(Fikra)’ 소속의 시각예술가 12명이 참여했다. 교류기획팀은 “총 6개월에 걸친 양국 식문화에 대한 비대면 스터디를 통해 ‘음식’을 키워드로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터디를 통해 도출된 결과물은 온·오프라인 전시로 이어졌고, 이후 아카이빙북을 출판하여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과 작품을 영구히 기록했다”고 말했다. ‘수교계기 문화행사’는 수교를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해외 문화예술기관·단체와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문화교류 활성화를 증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진흥원은 2018년 문체부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더욱 긴밀한 수교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기존의 수교행사들은 일회성 공연 및 이벤트 형식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기간을 확대하고, 양국의 소통에 중점을 두는 기획이 활발해지고 있다. 진흥원 사업 중에서도 수교행사는 문화교류를 위한 ‘입문용’ 사업으로 여겨진다. 즉 수교기념 해를 명목으로 여러 기관과 물꼬를 트고, 새롭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나가는 것. “진흥원 수교행사는 크게 3가지 포맷으로 나눌 수 있다. ▲수교 당해연도 사업 ▲문화적 파급력이 큰 국가를 선정하여 1년간 우리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코리아시즌’ ▲2년제 사업인 ‘상호 문화교류의 해’이다. 특히 ‘상호 문화교류의 해’는 장기적인 교류 구축에 중점을 둔다. 또한 ‘권역별 문화 성숙도’에 따라 사업 포지셔닝도 조금씩 상이하다. 문화 성숙도란 한국과의 문화적 친근감을 나타낸 지표로,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될 방침이다. 우리와 이미 교류가 잦은 국가들, 예를 들어 유럽권은 아래 소개될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처럼 한국문화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아프리카권처럼 교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나라는 케이팝·영화·음악 등 한국문화 전반을 익힐 수 있는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9년 한국-폴란드 수교 30주년 행사로 열린 <격格, 한국의 멋>은 일회성 공연에만 머무르지 않고, 폴란드 현지 작곡가와 국악단이 함께하는 <마스터 클래스> 개최, 음악 전문가와 주요 음악축제 관계자가 모여 교류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가졌다. 공연 당일에는 양국의 민요와 가곡이 국악관현악 편곡 버전으로 연주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본 행사를 위해 진흥원과 폴란드 현지 교류기관인 아담미츠키에비치는,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폴란드 작곡가 3명을 매칭하여 각국의 전통음악 및 추후 교류에 대한 긴밀한 이해를 이끌어냈다. “교류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9월 LA에서 열린 한미 수교 14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케이팝 공연과 함께 케이팝 문화 현상에 대한 담론이 열렸다. 현지 대학생들과의 학술대회를 개최해 케이팝의 역사와 문화적 의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현재 진흥원의 수교행사는 대중예술보다 전통 및 순수예술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최근 행사를 살펴보면, 한국 작가 전시, 발트 앙상블 공연(벨기에),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폴란드), 악단광칠 공연(UAE) 등이 진행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오는 10월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오스트리아), 김선욱과 클라라 주미 강의 두오 무대(룩셈부르크) 등이 예정되어 있다. “매년 현지 수요 조사를 하면 케이팝을 비롯한 대중예술에 대한 호응도가 순수예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세부 장르 내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중예술은 민간 영역에서 잘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에 국고를 투입하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자생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각 나라의 현지 수요를 고려해 케이팝 관련 행사를 개최할 때는 앞서 말한 담론 개최, 신진 아티스트 소개 등 공공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기획을 위해 노력한다.”
민간 예술단체를 위한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수교계기 문화행사가 국공립 네트워크 구축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Traveling Korean Arts, 이하 트래블링)’는 한국 민간 예술단체의 공연 및 전시 콘텐츠가 해외에 소개되도록 민간단체의 해외 현지 교류활성화에 목적을 둔다. 교류기획팀은 “수교계기 행사와 트래블링 모두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 및 해외 기관들과 장기적으로 협력하여 우리나라의 우수한 예술가들과 예술작품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더 넓게는 민간 예술단체 및 예술가들의 지속 가능한 교류에 힘을 보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15년 시작된 트래블링 사업은 해외 문화예술 기관과 재외한국문화원, 민간 예술단체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진흥원에서 격년으로 민간 예술단체로부터 공모를 받아 우수 공연 및 전시를 선정해 ‘풀(pool)’을 만들면, 각국의 문화원에서는 그 풀을 바탕으로 현지 문화예술기관과 협의하여 해당 국가의 접점에 맞는 작품을 선정한다. 즉 해외 한국문화원의 상당수 문화행사들은 트래블링 1차 선정작으로서, 진흥원은 문화원의 콘텐츠 내실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프로그램 풀은 48개의 다양한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트래블링 사업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협업이 가능한 교류 접점’을 높일 수 있는 현지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에 작품을 오르게 하는 것이다. 문화원은 현지 수요를 기반으로 한 사업 기획을 위해 우리가 제공한 풀을 바탕으로 현지 문화예술 관계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갖는다. 그에 앞서 진흥원에서 풀을 만들 때는 공연과 전시의 적절한 비중을 고려하며, 공연은 3년, 전시는 5년까지 교류 연계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 기간은 장소 확보와 의견 조율 등을 확정 짓는 데 대략 걸리는 시간인데, 전시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므로 장소 확보에 시기적으로 더 여유를 둔다.”
트래블링 풀은 대부분 비영리 예술단체들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철학적이고 깊은 메시지를 담아 한국문화를 다각도로 접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벨기에와 필리핀 등에서 개최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는 한국의 수도 서울의 근현대 변천사를 사진작가 12인의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으며, 스페인과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열린 온라인 전시 <오감도: 한국미술의 다섯 풍경>은 전통·도시·문화·일상·심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동시대 한국미술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공연 장르에서는 어린이 관객을 사로잡은 브러쉬씨어터 제작의 가족극 <두들팝>이 큰 호평을 받았고, 특히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월드뮤직그룹 ‘블랙스트링’이 유럽과 미국 순회 연주를 펼치며 유의미한 행보를 보였다. 또한 소리꾼 이희문이 이끌었던 국악 록밴드 ‘씽씽’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 이후 이희문은 해외무대에 지속적으로 재초청받고 있다. 트래블링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전문가 초청사업’ 역시 주목할 만하다. 본 사업은 해외 문화예술 전문가와 풀 단체를 매칭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로젝트로, 이 기간(올해는 9/24~10/1 방한) 해외 문화 관계자들은 한국문화원 직원들과 함께 방한하여 한국문화를 집중적으로 경험한다. “해외 관계자들을 초청해 한국의 공연과 전시를 경험하게 하고, 한국문화 사업 방향성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이때 예술단체 및 예술가들도 현지 관계자들과 미팅을 갖는데, 제작 방향성과 실연 가능성 등에 대해 소통하며 해외 진출을 타진한다. 또한 당장은 사업 추진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만남을 넓혀 인적 네트워크 자체를 확대하고자 한다.” 실제로 전문가 초청사업을 통한 트래블링 해외 진출작들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작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니록스 조각공원에서 열린 <경계협상>을 꼽을 수 있다. 본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아르헨티나·영국·프랑스·독일을 순회한 트래블링 사업의 대표작으로, 남아공 비엔날레 관계자가 한국방문 후 한국의 수준 높은 미술씬에 감명받고 본 사업을 남아공에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경계협상> 전시는 한반도 비무장지대 DMZ를 예술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현대미술 프로젝트로, DMZ라는 물리적 경계를 화두로 하여 나라 간, 개인 간의 심리적 경계와 화합에 대해 고찰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폭넓은 교류 기반을 위해 교류기획팀은 국제문화교류에 대해 “문화는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예술 작품이 탄생된다. 문화를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진흥원은 ‘교류’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한국문화가 해외에 소개되기 위해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고려되어야 하는데, 진흥원은 이 과정을 위한 더욱 실용적인 틀을 구축하여 문화교류의 부스터 역할을 하고자 하며, 참여자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진흥원은 문체부 산하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약 5년 간 해외 주요 기관과의 지속적 협력과 문화교류에 대한 데이터들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과거 사기업의 용역 형태로 진행되었던 수교행사를 비롯한 여러 문화행사들을 진흥원으로 집중시켜, 문화교류의 물리적·심리적 단계를 낮추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지난 5년이 도입기라면 이제 점차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기 위한 방안, 앞으로 10년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한 가지 구상하고 있는 것은 3년에 걸친 수교사업 진행이다. 좋은 기획이 나오려면 우선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한다. 즉 1차년에는 사전 리서치와 인적 만남을 확대해 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2차년에는 1차년의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한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올린 후, 3차년에는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성, 이후 교류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하는 기간을 가지자는 것이다. 당해연도(2차년)뿐 아니라 사전(1차년)과 사후(3차년) 관리를 도입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진흥원은 재외한국문화원과의 협력을 넘어 해외 기관과의 직접적인 소통 비중을 늘려 채널을 다양화하고, 인적 네트워크 확장과 트래블링 풀 장르를 넓혀갈 것도 예고했다. 강예지 교류기획팀장은 “진흥원이 문화교류의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트래블링 사업 역시 현재는 공연과 전시 위주로 돌아가고 있지만, 향후 장르와 참여대상의 폭을 더 넓게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 이세은 기자 (음악저널) 사진제공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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