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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패션, 하이패션의 영감이 되다

  • [등록일]2022-01-18
  • [조회] 22205

스트릿 패션,
하이패션의 영감이 되다





스트릿 문화가 형성되는 ‘스트릿(Street)’은 아직 사회적으로 소속감을 가지지 못한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들이 정체성과 욕구를 실현하는 공간을 의미하며, 스트릿 패션에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담겨져 있다. MZ 세대가 리드하는 영컬쳐(Young Culture)의 영향으로 스트릿 패션은 그들의 개성과 가치관 그리고 니즈를 대변하며 문화 코드가 되고 있다. MZ 세대는 패션 브랜드가 주도하는 상업적이고 획일적인 유행 스타일을 거부하고, 개인의 개성과 자아를 담아 일상의 요소들을 혼합하여 형식 없이 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표현하는 스트릿 패션은 보는 이에게 새롭고 낯설지만 흥미를 유발하며 하이패션(High Fashion)의 신선한 디자인 영감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대 스트릿 패션은 하이패션이 되어 젊은 세대의 이색적인 라이프 스타일 문화로 이슈가 되고, 명품 브랜드의 패션 디자인 콘셉트로서 그 영향력과 영역을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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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rawpixel.com/셔터스톡


1. 스트릿 패션이란 무엇인가


스트릿 패션은 일부 젊은 층이 즐기고 선호하는 그들의 개성과 가치관이 반영된 패션을 의미한다(패션전문사전). 이는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젊은 세대의 패션 스타일로 거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하이패션과는 구별된다. 여기에서 ‘스트릿’은 아직 명확한 사회적 계급에 속하지 못한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실현되지 못한 욕구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스트릿 문화가 형성되는 곳을 의미한다. 이 같은 스트릿 패션은 불안정한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 소외, 좌절에 대한 갈등과 반항을 표출하는 집단의 욕구 분출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스트릿 패션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시대의 주류문화에 대항하는 하위문화의 한 형태로 발달하였다(이영재, 2003). 거리에서 배회하고 방황하던 젊은 세대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리 문화로서 스트릿 패션은 시대에 따라 대표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먼저 40년대 흑인 차별에 저항하는 과시적 장식 의상인 ‘쥬티 스타일(Zooty Style)’, 50년대 빈민가 젊은 층의 부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며 영국 상류층 의상을 모방한 ‘테디보이(Teddy Boys)’, 60년대 부모와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대한 반항을 패션으로 표현한 ‘모즈룩(Mods Look)’, 70년대 전쟁과 물질문명에 반대한 ‘히피(Hippie)’, 80년대 실업에 따른 좌절의 허무주의를 나타낸 ‘펑크(Punk)’, 90년대 흑인 하위문화를 대표하는 ‘힙합(Hip-hop) 스타일’이 그것이다(최원정, 2011). 이러한 시대별 스트릿 패션은 각 집단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이는 젊은이들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지게 해 주었다.



도시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 집단이 무리지어 착용한 스트릿 패션은 나이, 성별, 인종, 지위, 계급과 연관된 주류문화에 저항하는 사상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이영재, 2003). 즉, 당대의 사회제도나 구조의 결함과 모순으로 인해 주류 사회가 파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항하는 하위문화의 한 형태인 스트릿 패션은 비주류 계급이었던 젊은 세대의 저항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그들의 안식처이자 도피처이기도 하였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계급이지만 일하지 않는 시간엔 클럽이나 특정 장소에서 집단 구성원끼리 의식을 담은 패션을 통해 욕구를 충족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다원화의 영향과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대 스트릿 패션은 저항적 특성 보다는, 젊은 세대의 개성과 취향을 나타내는 라이프 스타일 문화로 디자인의 영감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유행하고 있는 스트릿 패션은 저항의 의미가 아닌 미래 패션의 주요 특성과 니즈를 대변하며 그 방향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2. 현대 스트릿 패션을 리드하는 MZ 세대


MZ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용어로, 1980년대 초~201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한다. MZ 세대는 디지털 세대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기기의 사용이 능숙하고 SNS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소통한다. 미래 주요 세대로 주목받고 있는 MZ 세대는 개성 넘치는 개인주의 성향과 다양한 가치관을 수용하는 편견이 없는 포용성을 가지며 실용성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특성을 나타낸다(두원원, 2021).


전 세계적인 영 컬처의 유행으로 소셜 미디어에는 도시에서 집단적으로 선보이는 놈코어(Normcore), 고프코어(Gorpcore), 애슬레저(Athleisure) 룩, 어글리(Ugly) 패션, 스포티즘(Sportism), 힙합, 유스(Youth) 룩, 스케이트 보드 룩 등의 스트릿 패션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패션 하우스에서 주도하는 화려한 패션쇼에 소개되는 예술적인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일상복처럼 보이는 스트릿 패션 스타일은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규칙이나 원칙 없이 취향대로 섞어버리는 젊은 세대의 스타일 경향이라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그들만의 스트릿 패션은 일반적인 미적 관점에서 난해한 스타일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MZ 세대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추구하며 남들과 같은 상업적이고 획일적인 유행 스타일을 거부하고 일상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패션을 선호한다. 이로 인해 그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힙합 음악이나 댄스 그리고 스케이트 보드와 같은 취미를 위한 일상 패션으로 착용하는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 ‘챔피온(Champion)’, ‘슈프림(Supreme)’ 제품들은 오히려 보는 이에게 ‘이건 뭘까?’ 하는 낯설음을 주며 독창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유명 힙합 뮤지션인 빈지노, 지코, 오혁은 대표적인 MZ 세대로, 그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패션이 SNS를 통해 공유되며 유행을 선도하였다. 특히 젊은 층에게 래퍼 지코는 일명 ‘지코 패션’으로 유명한데,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그의 감각으로 소화해 내는 사복패션 스타일은 창의적인 디자인이 되어 버렸다. MZ 세대는 상업적인 패션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본인의 일상에 맞게 개인의 취향대로 믹스매치하여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창작한다. 이것은 보는 이에게 ‘저게 뭐지?’ 하는 의구심과 흥미를 유발하며 재미를 주고 하나의 패션 장르가 되고 있다.



매 시즌 획일적으로 제공되는 패션 트렌드 정보와 디자인들은 아름다운 모델들에게 입혀져 광고되면서 많은 소비자에게 선망이 되지만 우리의 실생활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MZ 세대는 일상복처럼 편안하고 기능적인 실용성을 가지는 애슬레져 룩과 스포티즘 패션을 통해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을 우선시하는 현실적 감각을 나타낸다. 운동복 트랙 슈트에 정장 재킷을 매치하고 명품 점퍼에 구제 리바이스 청바지와 아디다스 티셔츠를 매치하는 스타일링으로 자신의 활동에 편안함을 주면서 의미를 강조하는 패션 감각은 오히려 하이패션의 영감이 되고 있다.


MZ 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여러 문화와 지식을 접한 세대로 성별, 나이, 인종, 지위, 계급,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이 다양한 요소들을 그대로 융합해 버리는 다원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즐겨 찾는 ‘무신사(Musinsa)’와 빈티지숍에서 MZ 세대가 쏟아내는 패션 콘셉트들은 그 안에서 공통의 취향으로 분류되고 이들이 모여서 소집단을 형성하며 스트릿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3. 스트릿 패션에서 하이패션으로


SNS를 통해 MZ 세대를 중심으로 스트릿 패션이 유행하면서 많은 패션 트렌드 분석 기사와 리포트에서 이와 관련된 이슈들을 대대적으로 다뤄왔으며, 영 컬처의 유행으로 ‘베트멍(Vetements)’, ‘오프화이트(Off-White)’, ‘슈프림(Supreme)’, ‘베이프(Bape)’, ‘스투시(Stussy)’, ‘팔라스(Palace)’ 등의 스트릿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의 ‘베트멍’과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오프 화이프’는 세계적인 대표 스트릿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면서 매 시즌 기상천외한 디자인으로 이슈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놈코어와 어글리 패션을 유행시키며 새로운 디자인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



뎀나 바잘리아는 기괴한 오버사이즈, 길게 늘어진 소매, 과감한 칼라, 여러 아이템을 겹쳐 레이어드 하는 부조화의 디자인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한 컬렉션에서 리바이스, 리복, 챔피온, 캐나다구스, 카파 등의 18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하며 관심을 모았다(김미현, 2019). 얼마 전 암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버질 아블로는 구제 리바이스 청바지를 해체하고 재조합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믹스하여 나타난 아이러니한 감성을 디자인 영역으로 만들어냈다. 그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뿐만 아니라 이케아, 리모와, 벤츠와의 협업을 하는 등 패션의 경계를 허무는 업적을 이루어 왔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가 이러한 스트릿 패션의 유행을 리드하였다. 무신사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이름을 줄인 말로 신발 사진을 올리는 콘텐츠 플랫폼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MZ 세대가 리드하는 스트릿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였다. 무신사는 소비자가 입고 싶어하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를 육성하고 이에 대한 팬덤을 형성하며 인기를 얻었는데, 대부분의 회원이 10~20대인 무신사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기보다는 이용자들이 그 안에서 교류하며 스냅 사진 형태의 제품 후기 사진과 댓글을 통해 한 집단이라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하며 성공하게 되었다.


MZ 세대가 주도했던 스트릿 패션은 과거의 저항정신을 대신해서 개인의 개성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하이패션에 디자인 영감을 주고 있다. 현재 많은 럭셔리 브랜드는 대대적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하고 브랜드 로고를 바꾸는 등 혁신에 가까운 리브랜딩(Re-branding)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스트릿 패션 브랜드 ‘베트멍’의 뎀냐 바잘리아는 ‘발렌시아가’,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는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되면서 스트릿 패션 디자인을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이처럼 스트릿 패션은 젊은 세대의 이색적인 라이프 스타일 문화로 이슈가 되었으나 현재는 명품 브랜드의 패션디자인 컨셉으로서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미래 주요 세대로 부각되고 있는 MZ 세대가 리드하고 있는 문화현상인 스트릿 패션은 이 시대의 감성과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다양한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 나아갈 방향성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문화현상의 플랫폼이 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라이브방송, 메타버스 등의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지역과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 새로운 동시대의 ‘스트릿’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착용자의 개성과 취향 그리고 가치관까지 표출할 수 있는 스트릿 패션은 미래를 이끌어갈 MZ 세대의 창의성과 가치관을 대변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것이다.



참고자료

김미현 (2019). 칼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 관점에서 현대 스트리트 패션 디자인 연구.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연구》, 68권, pp. 84-94.
두원원 (2021). 「럭셔리 브랜드에 나타나는 스포티즘에 대한 MZ세대의 관점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두원원·김미현 (2020).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관점에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연구. 《조형미디어학》, 23권 4호. pp. 134-143.
이영재 (2000). 「1990년대 스트리트 패션에 나타난 해체주의 경향」.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최원정 (2011). 「현대 스트리트 패션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무신사,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518226&memberNo=25828090&vType=VERTICAL
패션전문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82021&cid=42822&categoryId=42822


글ㅣ김미현 중앙대학교 디자인학부 패션전공 부교수

     (출처 : 한류NOW 2022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