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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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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로 가려진 보석 - 홍콩의 뒷골목을 찾아서

  • [등록일] 2006-07-11
  • [조회]4874
 

밤이 가장 화려한 도시, 홍콩
‘홍콩 간다’는 말이 있다. 기분이 아주 좋아 들뜨는 마음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왜 기분 좋다는 표현에 ‘홍콩’이 들어갔을까?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을 소개하자면 한국이 광복을 맞이하고 6.25를 거치던 어려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당시 끼니걱정에도 바빴던 한국인들의 눈에 비치는 홍콩은 꿈의 도시였다. 서양의 선진 문물이 넘쳐 나고 고층빌딩의 환하고 화려한 라인이 밤거리를 아름답게 비추는 홍콩. 밤늦은 시간 거리의 빼곡한 상점, 네온사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 사이로 흥청대는 사람들의 모습. 이것만으로도 한국 사람들에게 홍콩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해외 출국도 제한되던 시절 홍콩은 아무나 가는 곳도 아니었을 터. 홍콩으로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레던 시절에 나온 유행어로 그만큼 화려한 홍콩을 동경하는 욕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어휘로 볼 수 있다.
 
금사향 씨가 불렀던 ‘홍콩 아가씨’의 가사에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라는 구절이 있다. 가사 그대로라면 고층빌딩 위로 빛을 흩뿌리는 별이 떠 있는 밤의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지만, 사실 홍콩의 밤은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더 이상 소곤대는 별들을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홍콩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임은 부인할 수 없다.

빅토리아 피크에는 밤이면 밤마다 세계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답기로 알려진 홍콩의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세계 금융의 허브, 아시아 무역의 중심지, 가장 쇼핑하기 좋은 나라,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만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아시아의 melting pot 등 홍콩을 수식하는 말들은 이처럼 화려하다.

영화 속에 비춰진 홍콩의 뒷골목
이 화려한 도시 홍콩에도 그 이면에는 어두운 곳이 있다. 바로 높고 수려한 번화가의 뒤편에 묻혀있는 홍콩의 뒷골목. 태양이 눈부시면 그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밝은 곳이 있다면 어두운 곳도 있게 마련이다. 밝다는 것이 항상 긍정적인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듯 어두운 것이 부정적인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세상을 이루듯 홍콩의 쇼핑가나 금융가처럼 화려한 빌딩 숲 뒤에 가려진 어둡고 음침한 뒷골목은 공존하며 홍콩의 매력을 배가시켜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핸즈헬드 촬영기법으로 소개된 영화 속 홍콩의 뒷골목은 어떠한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의 시선으로 표현 된 영화 속의 홍콩 뒷골목은 마약이 거래되고 갱단간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다툼의 전장으로 자주 그려지고 있다. 영화 중경삼림의 무대가 되었던 청킹맨션 뒷골목의 경찰과 범인의 쫓고 쫓기는 급박한 장면은 홍콩의 뒷골목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불과 몇 달 전 홍콩 느와르 영화의 주 무대였던 침사쵸이에서는 심야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지만 전직 홍콩 경찰이 저지른 비극이었다.

범죄와 비극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장소로 홍콩의 뒷골목이 묘사되는가 하면 영화 첨밀밀에서는 가슴 아픈 사랑의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로 홍콩의 뒷골목이 등장하기도 한다. 홍콩드림을 꿈꾸며 중국 광주에서 홍콩으로 온 남녀는 홍콩이라는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홍콩의 뒷골목만 전전한다. 대만의 가수였지만 대륙의 가슴을 울린 등려군의 음악은 홍콩의 사회와 중국의 사회가 이질적인 것처럼 두 사람에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 영화 속 뒷골목은 사랑의 아련함과 애절함으로 대변된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뒷골목
필자가 이야기하려는 홍콩의 실제뒷골목은 영화에서 접한 그것처럼 결코 깡패, 마약상들이 득실대서 위험하다거나 침울한 곳, 혹은 처량한 곳이 아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번화가와 그 뒷길에 세월로부터 남겨지듯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한 뒷골목의 대비는 어쩌면 홍콩이 갖고 있는 실제 모습,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빈부격차에서 비롯되는 현실 그 자체가 아닐까. 고도의 성장을 이룩한 홍콩의 겉모습만 보고 이 도시를 평가한다면 진정한 홍콩을 모르는 것이다. 홍콩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하류층 서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이 바로 홍콩의 뒷골목인 것이다. 그 뒷골목에 있는 작은 상점에는 백화점에는 없는 에누리가 있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고급 레스토랑에는 없는 사람들 살아가는 소리가 그곳의 작은 식당에는 있다. 뒷골목에는 치장되거나 가려진 것이 별로 없다. 홍콩 현지인들의 일상을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빌딩 숲 사이로 가려진 뒷골목인 것이다.

24시간 시계가 멈추지 않는 곳, 나는 오늘도 뒷골목을 찾아 간다
오후 1시. 홍콩 경제의 중심지 센트럴의 고층빌딩 사이로 사람들이 붐빈다. 빌딩 사이사이의 비좁은 골목에서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운지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신문을 손에 들고 걸어가는 서양 남자, 한쪽의 벤치에는 동양 여자와 서양 남자가 연인인 듯 입을 맞추고 있다.

밤 9시. 영화 중경삼림의 주 촬영지가 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청킹맨션 앞에는 각종 향신료 냄새가 행인의 코끝을 스쳐간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이들이 하나 둘 손짓을 한다. 좁은 테이블 위로 가득 차려지는 인도 커리에서 나는 강한 향신료 냄새가 입맛을 자극한다. 일반 편의점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높은 도수의 인도산 맥주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정에 찾은 셩완 뒷골목의 콰이 찬 쉬탕. 한국으로 치면 분식집이다. 늦은 시간까지 작업하느라 땀과 먼지로 얼룩진 주황색 옷을 입은 노동자들로 식당 안이 가득 찬다. 밤늦은 시간이지만 항상 만원이다. 단 돈 20불 내외로 끼니를 때울 수 있고 10불짜리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새벽 두시의 란콰이퐁 뒷골목은 요란한 음악과 술에 취한 행인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하다.

홍콩에 사는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이 곳, 뒷골목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번화가의 상점 쇼윈도의 무표정한 마네킹에서 느껴지는 딱딱함이나 무료함이 없다. 몽콕의 템플 스트리트를 가보면 물건 값을 두고 흥정을 하느라 실랑이를 벌이는 손님과 점원의 모습에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홍콩의 뒷골목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화려함과 공존하며 제 역할을 담당한다. 오늘 밤도 홍콩의 뒷골목에는 일상에 지친 행인들의 발걸음을 유혹할 은은한 불빛들이 하나 둘 켜져서 화려한 홍콩 야경의 배경을 이룬다.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이성화[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홍콩/홍콩 통신원]
  • 약력 : 현) North head seven star(마케팅 디렉터) Gangnam Korean School 운영 KBS 한국방송 교양제작부 작가 및 여성동아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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