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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판원 제도 도입을 위한 움직임

  • [등록일] 2006-08-01
  • [조회]3288
 

이번에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재판원법이 제정되었다. 3년 후에는 재판원제도가 실시될 예정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재판원이란 용어가 낯설지만, 이는 미국의 배심원과 비슷한 개념으로 재판 판결에 관여하는 일반시민을 말한다. 배심원제도와 다른 점이라면 평의 과정에 재판관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재판원 6명과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되어 총 9명이 논의를 통해 다수결로 평결을 내리는 제도이다. 이 때, 다수에 해당하는 쪽에 최소한 1명의 재판관이 속해 있어야만 유효한 평결로 인정된다. 본 제도는 살인죄, 강도치사상죄, 상해치사죄, 현주건조물방화죄 등의 중대한 형사사건을 그 대상으로 한다.

얼마 전 나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모의재판에 재판원으로 참가하였다. 재연되는 법정장면을 참관하고 평의를 실시하는 것이었다. 지난달 최고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반송 판결이 내려진 모자살인사건이 그 보기가 되었다. 그 사건은 당시 여러 매체를 통해 떠들썩하게 보도되었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은 대강 알고 있었다. TV화면에서 피해자의 남편이 절대 범인을 용서할 수 없다며 사형판결을 내려야 마땅하다고 호소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도 인간이기에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죽음을 강렬히 바라는 노골적인 감정표현에 거북함마저 느꼈다.

모의재판에서 밝혀진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피고 18세 소년은 배관공사원으로 위장해피해자의 집을 침입한 후 23세 모 여인을 폭행하려 했으나 거친 저항 때문에 살해/강간하게 되었다. 또한 피해자의 11개월 된 딸이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이유로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끈으로 교살하기에 이르렀다.

피고가 사실 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평의의 논점은 형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좁혀졌다. 단적으로 말하면 사형판결을 내릴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계획성’, ‘소년범죄’, ‘교정 가능성’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재판원단이 논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평결을 내려야 했다.

3명의 재판관 역할은 다음 인물이 맡았다. 재판장은 전 검사 T씨, 좌배석은 변호사 Y씨, 우배석은 소년범죄를 다룬 경험이 많은(고베 사가키바라 사건의 판결을 맡았던) 전 재판관 I씨가 담당했다. 논의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진행을 맡은 재판장이 엄벌주의 방침을 내세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관대한 처벌을 바라는 I씨는 시종일관 본인의 의견을 관철했다. 사실 본 모의재판의 대본을 쓴 인물이 I씨였다. 대본상의 판결은 유기형이었다. 정곡을 찌르는 견해를 피력하자면 실제 재판에서 최고법정이 사형을 지지한 점에 동의할 수 없었던 I씨가 비록 모의재판이긴 하나 그와는 다른 판결을 내리고 싶은 마음에서 굳이 이 사건을 채택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Y씨는 두 사람의 중간자적 위치였다.

‘계획성’에 관해서는 폭행목적과 살인이라는 점에서 의견이 나뉘었으나 ‘이토록 처참한 범죄의 평결을 정하는 데에 계획성의 유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재판원의 의견에 따라 더 이상 의논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은 ‘소년범죄’에 사형이라는 판결이 타당한가라는 점을 두고 토의가 이루어졌다. 18세 미만의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내릴 수 없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범죄를 일으킨 시점에 피고는 18세가 되고 한 달을 넘긴 후였다는 점에서 하루라도 규정일을 경과했다면 더 이상 고려할 여지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교정 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부분에 관해서 I씨는 소년이 미숙하고 어리다는 점을 강조하여 교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 재판원(6명 중 2명)도 본인에게도 같은 또래의 아들이 있기 때문에 교정의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나를 포함한 남성 재판원은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폭행을 목적으로 타인의 집에 들어가 그 여세로 살해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을 감당할 수 없어 도망쳤다면 모를까 시체를 강간하고 더욱이 곁에 있던 어린 아기까지 죽였다는 행위는 미숙하고 유치하다는 말로 이해될 처사가 아니다.”

또 법정에서 제시된 편지(소년이 구치소에서 친구에게 보낸 편지로 그 당시 공개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가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던 점도 심증을 굳히게 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내가 한 행동은 집 없는 개 두 마리가 만나 서로 교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왜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 형무소에서 몇 년 살아야 되겠지만 원래부터 이 사회에 진저리도 났고 그다지 힘들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는 아무리 법정에서 반성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그런 내용의 편지를 피해자 가족에게 보냈다고 한들 본심은 전혀 다르다고 판단될 만한 증거였다.

오히려 우리가 문제 삼았던 점은 재판본연의 모습이었다. “피고라면 누구나 가벼운 형을 받을 목적으로 법정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기 나름이다. 이런 태도만으로 정상참작의 정도가 판단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면 연기가 능숙한 피고일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매우 불공평하다.”

“어떤 범죄자에게도 교정의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이 피고에게도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주관적인 기준에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일본의 형법제도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지만 이 피고의 경우는 그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본다”는 Y씨의 발언은 평결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만 했다. 그러나 재판원들의 결론은 이 발언과 무관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평결은 6명 전원 사형을 지지했다.

모의재판이었지만 사형에 찬성표를 던지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거북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만약 일본에 종신형이 있었다면 나는 이를 선택했을 것이다. 평의 후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이 주저했다”고 하자 참여자들이 “주저하지 않고 날카로운 의견을 말씀 하셨잖아요”라며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평의를 하는 내내 나는 고압적인 자세를 일관했던 T씨에 비해 고결하고 너그러운 인품을 느끼게 했던 I씨에게 호감을 가졌다. I씨의 주장을 지지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막상 발언을 하면 한결같이 가혹한 말들만 튀어나왔다. 일반적인 강도 살인사건이었다면 두말없이 I씨의 의견을 지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가 저지른 행위나 그 후의 태도는 용서의 한계를 넘어섰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런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 무기징역을 지지하려는 마음도 있었으나 마지막 순간에 생각이 바뀌었다. 사형이라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중압감에서 나 혼자만 벗어나 다른 재판원에게 악역을 떠맡길 수는 없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토록 피고를 탓하는 의견을 내세우고서 마지막에 나만 좋은 사람이 되려 했다는 다른 재판원들의 ‘비난’이 두려웠다.

누군가를 심판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심판하는 것과 같다. ‘사형’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순간, 지금까지 자명하게 정의의 편이라고 믿었던 나 자신이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형무소나 소년원에서 어떤 교정교육이 실시되고 있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한 소년들인지 또 어느 정도의 비율이 교정되고 있고 다시 범죄를 반복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사회로 돌아온 소년이 다시 범죄를 일으켰을 때, 그 피해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책임을 질 생각이냐고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아무런 대답도 못할 것이다.
 
사실 사법에서 중요한 것은 판결이 아니다. 오히려 판결 후에 범죄자가 받게 될 몇 년,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르는 교정교육과 모든 처벌을 받은 범죄자의 장래와 그들이 생활해나갈 사회와의 연계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또 충분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에게 사건자료만을 토대로 판결을 내리라는 것은 너무 무모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인 재판관과 검사, 변호사들조차도 판결을 받은 피고들의 이후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충분한 추적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교정 가능성’을 판단할 소재가 피고의 성장환경이나 법정에서의 태도 등과 같은 주관적인 기준에 한정된다는 것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법개혁은 바로 이 관점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할 것이다.

(글: 사카모토 히데오, 도쿄)

* 해설: 일본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재판원제도(2009년 5월 이전에 실시될 예정)
재판원제도란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재판원이 참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재판원은 형사재판의 심리에 출석해 증거를 확인하고 재판관과 대등한 위치에서 논의를 통해 피고인이 유죄 또는 무죄인지 여부(피고인이 범죄를 일으켰다는 사실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남기지 않는 정도의 증명’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재판원은 중의원의원(주석-국회의원) 선거의 유권자명단에서 향후 1년 동안 재판원이 될 후보자를 무작위로 선출해 재판원후보자명단을 작성하고 사건의 심리가 시작되기 전에 그 명단에서 또 다시 무작위 추출을 통해 해당 사건의 재판원 후보자를 선출한다. 재판원제도가 적용되는 심의는 살인죄, 강도치사상죄, 상해치사죄, 현주건조물방화죄, 몸값을 목적으로 하는 유괴죄 등의 중대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한하며 원칙적으로 한 사건을 재판원 6명과 재판관 3명이 담당한다(일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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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한도치즈코[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본(도쿄)/도쿄 통신원]
  • 약력 : 현) 도쿄외국어대학, 국제기독교대학, 무사시대학 강사 리쿄대 사회학과 졸업, 서강대 사회학과 문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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