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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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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중국의 품으로 돌아온 유물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 [등록일] 2022-05-30
  • [조회]347
 

오랜만에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s, LA 카운티 아트 뮤지엄,)에 갔다가 매표소 앞 드넓은 제브 야로슬라브스키 광장(Zev Yaroslavsky Plaza)에 12간지 동물 두상(Animal / Zodiac) 조각들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올해 3월 26일에 이곳에 들어선 12간지 동물 두상은 중국인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조디악 프로젝트(Zodiac Project) 작품들이다. 

 

아이 웨이웨이의 12간지 동물 두상 작품은 18세기 중반 베이징의 구 여름궁전이었던 위안밍위안(圓明園)의 분수를 장식하고 있던 청동 물 주둥이 조각들을 재해석한 것이다. 1750년 경, 중국에 갔던 18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은 건륭제의 제안에 따라 12간지의 동물 두상을 각 시각(shi)마다 배치해 그 동물 조각의 입에서 물이 나오게 만들어 시간을 알렸다. 이 분수를 본 아이 웨이웨이는 분수라는 목적 없이 설치 미술 조각상으로 12간지 동물 두상 조각을 만들었다. 12간지 동물 두상 조각은 그의 공공 조각 작품들 중 초창기에 해당된다. 

 

각각의 동물 조각들에 현대 예술가의 해석이 더해졌다기 보다는 중국의 오래된 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것들처럼 전통적인 이미지들이다. 특히 호랑이, 용 등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것이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토끼와 개의 두상은 보다 더 친숙한 모습이고 뱀의 모양은 파충류 외계인을 보는 것 같다. 

 

12간지 동물 두상 조각을 보고 있는 현지인이 있어 “당신의 간지를 아세요(Do you know your zodiac)?” 라고 물었다. ‘간지’라는 표현을 모르는지 그는 “저 10월에 태어났는데요.” 라고 엉뚱한 답을 해왔다. “몇 년도에 태어나셨어요?” 라며 오지랖 넓게 태어난 해를 물어보니 1951년이란다. “당신의 간지는 토끼에요.” 라고 가르쳐주었더니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대충 동물 두상 조각들을 돌아보고 사진도 다 찍고 발길을 돌리려는 통신원에게 그가 다시 다가와 묻는다. “제 아내가 태어난 해는 1957년이에요. 그녀의 간지는 무엇인가요?”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통신원의 경우는 58년 개띠를 기준으로 앞뒤 간지를 계산한다. 58년 개띠보다 한 해 전이니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유에 해당, 닭띠이다. “닭이에요.” 라고 아무런 참고 자료 없이 척척 말해주는 통신원이 그의 눈에는 신기해 보였던 것 같다. “책이나 도표를 참조하지 않고도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한국인들은 모두 다 이런 걸 안답니다.” 라고 답해준 후 발길을 돌리면서 우리의 문화적 깊이, 정신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 중 '12간지와 사주도 있구나'라고 새삼 깨달았다. 

 

LACMA의 동물 두상 앞에 새겨져 있는 작품 안내문을 보고서 실제 위안밍위안의 유물들을 찾아보니 LACMA 정원의 동물 두상과 대동소이한 모양의 조각들이 나온다. 12간지의 열두 동물은 한국인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쥐(子), 소(丑), 호랑이(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이다. 각각의 동물은 각각의 년, 월, 일, 그리고 시 등 사주(四柱)에도 해당된다.  

 

위안밍위안에 있었던 오리지널 동물 두상은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기간 동안 닥치는대로 문화재를 파괴하고 약탈했던 영국군과 프랑스군에 의해 사라졌다. 지난 35년간 분수를 장식했던 12간지 동물 두상 모양의 물 주둥이 여러 개가 경매에 등장했다. 그러다가 2008년, 12간지 동물 두상 중 쥐와 토끼 두상이 파리 경매에 나오자 이는 서구 제국주의 침략에 잃어버린 아시아 국가 문화유산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동물 두상 조각 유물이 2008년 파리 경매 매물로 나왔을 때, 중국 정부는 약탈된 문화재를 사고팔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경매는 강행됐고, 이로 인해 세계인의 시선은 제국주의의 문화재 약탈에 집중되었다. 이 유물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예술품 경매 시장에 있어서의 그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고 전 세계적으로 문화재 송환에 대한 요청과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5년 후인 2013년 6월, 국내외 신문에는 위안밍위안에서 프랑스군이 1860년 2차 아편전쟁 때 약탈해 간 12간지 동물 두상 중 2개가 15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기사가 실렸다. 프랑스 패션·유통 기업인 PPP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중국 정부에 쥐머리, 토끼머리 청동상을 무상으로 넘긴 것이다. 혹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중국에서의 명품 시장을 고려한 고도의 상술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지 약탈했던 유물을 넘겼다는 것은 박수를 쳐줄 만한 일이다. 현재까지 원래의 물주둥이 중 7개가 발견되어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머지 5개는 아직 어디에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아이 웨이웨이로 인해 예술계에서는 그동안 꺼려왔던 대화가 촉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1957년생 닭 띠인 아이 웨이웨이는 칭송받는 시인 아이칭의 아들로 베이징에서 태어나 자랐고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시골로 유배된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년 이상 뉴욕에서 살았던 그는 1993년에 중국으로 돌아왔었는데 2011년 4월, 거의 3개월 동안 구금되면서 전 세계의 예술계는 중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베이징을 떠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그는 표현과 다양한 의견의 자유를 위한 계속되는 투쟁의 국제적인 상징이 되었다.

 

우리의 유물 <직지심경>, <몽유도원도>가 우리 곁을 떠난 것도 오랜 세월이 지났다. 물론 이 작품들이 경매에 부쳐질 가능성은 없다. <직지심경>의 경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몽유도원도>는 일본의 덴리대학(天理大學) 중앙도서관에 잘 모셔져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대접을 받고 있어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는 것은 더욱 힘들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재 송환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킬 만한 또 다른 예술 작품 활동을 의도적으로라도 일으켜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착잡한 마음으로 LACMA를 나섰다. 

 


<쥐, 소, 호랑이, 토끼의 두상>

 


<원숭이, 닭, 개, 돼지의 두상>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이미지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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