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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차세대 한국학자 인터뷰(2) - 마리아 오세트로바

  • [등록일] 2017-07-17
  • [조회]207
 

해외에서 한국학이 본격적으로 연구된 것은 1945년 이후 미국의 주도로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관심이 높아지면서부터다. 그렇지만 해외 대학에서 세계 최초로 한국어를 가르친 곳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로 1897년이다. 120년 전이다. 러시아 한국학의 역사는 그 어느 곳보다 깊다. 

 


<제3차 한러 인문교류포럼서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

왼쪽에서부터 일곱 번째 마리아 오세트로바 한국학센터 연구원 -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40대 후반~50대 중반의 3세대 러시아 한국학자들은 현재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러시아 외무성 산하 동방학 연구소 한국학센터,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교 등 한반도-러시아 관련 정부 기관 및 교육 기관 주요 요직을 맡고 있다. 이들 3세대 한국학자 역시 주로 동북아 관계 등 국제정치, 역사 전공자들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러시아 한국학계에서 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한국학과 개설 학교가 늘고 한국의 대중문화를 필두로 한 한류 현상과 더불어 기존에 정치·경제·역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학의 범위가 언어와 언어학, 문학, 철학, 예술, 대중 비평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지정학적으로 한국에 중요한 국가이지만 이데올로기적 갈등이나 정치적 현안 등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관련한 미시적 차원의 교류와 교육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차세대 한국학 전공자들이 정치, 경제뿐 아니라 역사와 인문사회과학, 특히 한국의 대중문화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학자는 러시아 극동연구소 마리아 오세트로바 한국학센터 연구원이다. 마리아 연구원은 2012년 <현대 한국의 민족 음식과 음식민족주의(National Food and Gastronationalism in Contemporary Korea)>로 박사 학위를 받은 몇 명 안 되는 한국문화 전문가이며 현재 한러 인문 교류 분야에서 신진 한국학자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게 한국학자가 된 경위와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마리아 오세트로바 러시아 극동연구소 한국한센터 연구원은 한식 전문가로 유수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언론, 

K-컬처 서포터스 등에서 한러 교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사진 출처 : 마리아 오세트로바 제공>

 

Q. 한식을 전공한 한국학자다. 어떻게 한식을 포함한 한국학 전문가가 됐나, 주로 하는 일은?

A. 1998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아시아 아프리카 대학에 입학한 후 한국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내년이면 한국과 인연을 맺고 한국학을 전공한 지 만 20년이 된다. 처음부터 한국학을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한국어와 한국에 대한 이해를 해야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다.학창 시절 아르바이트로 번역 일을 했다. 석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1년 반 동안 한국의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가끔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고 리포터 활동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거친 후 나는 스스로가 한국 문화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으며 다른 이들에 한국에 대해 알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8년 연세대 한국학 전공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극동연구소 한국학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한러 교류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밖에도 모스크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며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Q.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가 주최하는 ‘러시아 CIS 지역 한국학자 대회’는 매우 명망 있는 학술대회다.

A.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는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한국 현대 문화와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인문학, 학문 교류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러관계를 모니터링,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가 중심으로 진행하는 ‘러시아 CIS 지역 한국학자 대회’는 이미 20년이나 됐다. 이 대회는 러시아 한국 학자들에 있어 매우 중요한 행사다. 행사에는 러시아 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학 전문가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 학자들이 참석한다.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학술대회라 자신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가 매년 개최하는 한국학 대회는 러시아의 명망있는 한국 학자들이 총출동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을 만큼 명성이 높다. 이 학술대회에는 정치학자는 물론 경제학자, 국제학, 역사학, 언어학,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 학자들이 참석한다. 그러므로 이 자리에서는 정치, 사회, 국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 한국 학자들의 심도 있는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학술대회 결과는 책으로 편찬한다. 과거에는 발표문이나 보고서를 정리하는 데 그쳤지만 요 몇 년간 우리는 학술대회 보고서를 문집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매우 질적 수준이 높은 학술집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Q.현재 모스크바에서 한국과 러시아 문화 교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A.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우정의 다리(Мост дружбы)’라 부르는 한러인문교류 포럼이다. 이 포럼은 3년째 한국 외국어 대학교 러시아 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이 프로그램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학자대회가 정치를 비롯해 경제, 역사 등 매우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분야를 조명한다면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한러 문화교류와 현황 등이 주요 테마다. 이 포럼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학자들이 만난다. 예를 든다면 첫 번째 포럼에서 우리는 문학예술 번역을 전공한 학자들과 출판사 관계자, 극장 및 박물관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자신들 업무의 애로사항에 대해 공유했고 한러 교류 시 발생하는 문제점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 개선점을 도출하고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두 번째 포럼에는 영화 및 미디어 분야에서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러시아 영화와 협력하는 한국인들이 참석했다. 2015년 열린 <제2차 한러 인문교류포럼>에서는 러시아에서의 한국 대중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당시 포럼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 장르들에서 한국 만화가 러시아의 주요 한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 콘텐츠 가운데 드라마, 영화 등 비교적 러시아에 잘 알려진 한류 콘텐츠 외에도 러시아 내에서 한국 만화가 공식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출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러 간 인문교류가 일정한 템포로 전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한국 간의 실질적인 상호 이해 정도는 아직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근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고 개진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Q.러시아 매체인 <러시아 포커스>에서 리포터 활동을 했다. 빅토르 안을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언론 활동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A. 한국학을 전공하는 동안 난 학문 연구와 언론인의 길 사이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에 대해 갈등해왔다.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고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언론 활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한국에서였다. 연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가운데 한국에서 발행하는 러시아 신문인 서울 헤럴드 신문(Сеульский вестник)>사에서 기자로 활동했었다. <서울 헤럴드 신문>은 한국에서 발행하는 유일한 러시아 신문으로 1998년 창간됐다.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에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 소식 및 정보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신문이다.러시아의 저명한 한국학자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원고를 정기적으로 개재하고 북한 문학 전문가인 타티야나 가브루센코가 편집장인 이 신문은 다양한 정보를 러시아인에게 전달하는 매우 수준 높은 매체였고 열독인도 많았다. 당시 난 한국의 문화와 문학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한국을 러시아인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2016년 박사 과정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후 러시아 포커스 측에서 리포터 활동을 제안했고 언론 경험을 살려 2014년부터 <러시아 포커스>에서 리포트로 활동했다. 빅토르 안과의 인터뷰는 이때쯤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 (<러시아 포커스>는 Russia Beyond the Headlines의 한국어판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중앙일보 섹션 판에서 선보인 바 있다)우리 편집부는 당시 빅토르 안이 한러 협력과 우호 관계에 있어 살아있는 상징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한국학이라는 학자의 길과 언론인으로서의 활동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를 선택했다.

 

Q.러시아 내 대표적인 문화예술인과 학계인사로 구성된 'K-컬처 서포터스' 회원이다. 'K-컬처 서포터스'에서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2016년 한-러 양국 간 문화 교류 및 한류 확산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러시아 내 대표적인 문화예술인, 학계 인사 등 17명으로 구성된 ‘K-컬처 서포터스’ 회원으로 임명됐다.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한국을 러시아인들에게 알리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K-컬처 서포터스’ 회원이 된 것은 나에게 가치 있는 경험이며 이 활동을 통해 한러 교류 증진에 힘쓰고 있다.

 

Q.박사 학위가 한식과 관련이 있다. 논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A. 이 논문은 현대 대한민국의 음식민족주의에 대한 연구이다. '음식민족주의'란 용어에 를 나는 음식에서의 민족 정체성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했다. 현대 한국의 음식민족주의는, 한국 민족 음식은 한민족의 위대한 유산이며 때로는 한민족의 식문화 전통이 다른 민족의 음식과 뚜렷이 대비되며 또 우수하기도 하다는 견해와 체계이다. 이 외에도 한국 민족음식주의의 성숙한 형태는 민족 음식을 일종의 한국의 글로벌 정체성과 세계에 대한 영향력 강화의 잠재적 도구로 간주되기도 한다.

눈문을 통해 난 '민족 음식'은 정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상의 사회적 구조이며, 이 사회적 구조의 이해와 재현은 민족 자신과 자신의 위치, 그리고 세계 속에서의 민족의 문화의 위상에 대한 이해와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자민족 음식의 수용과 평가는 국가 발전의 외적, 내적 조건 변화로 인한 민족 정체성의 변모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미한 형태이긴 하나, 한국에서의 최초의 민족 음식주의의 발현은 이미 1960~70년대에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발전은 세계화가 한국의 식문화에 유입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라고 생각할 수 있다. 1990년대 한국에서의 음식민족주의는 '방어적' 형태를 지니는데, 이는 점증하는 외래적 식습관의 영향 하에서 민족적 식문화 전통을 보존하고 지켜내려는 호소에서 그 반영을 찾을 수 있다. 이 형태의 음식 민족주의의의 가장 선명한 실례는 한국음식이 한국사람들에겐 가장 좋다는 '신토불이' 운동이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음식 민족주의의 '방어적' 단계는 점차 '세계화' 단계로 변화해 나갔으니, 민족 음식은 민족 정체성의 기본적 요소로 제시되는 것에서 나아가, 고급 음식으로서의 세계적 현상이자 글로벌한 브랜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단계의 중요한 현상은 2008년부터 시작된 '한식 세계화'라는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이다. 현단계의 한국 음식 민족주의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확산으로 야기된 새로운 변화를 겪어나가는 중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학위 논문에는 현대 한국의 정부 프로그램, 대중 문화의 산물과 미디어 및 한국 식문화 전문가의 텍스트 등을 통해 다양한 층위에서 발현되는 음식 민족주의 현상을 추적하려고 했다. 다양한 시기의 민족 음식 담론의 실례들을 비교, 분석, 고찰하며 민족 음식의 이해와 재현은 해당 시기 민족적 이데올로기의 이념적 지형과 발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과 북한의 공식적이며 관주도의 민족 음식 재현 방법을 대조해 보며 민족 음식은 가장 높은 국가적 단계에서 민족 정체성 정치 형성의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또한 나타나고 있다 하겠다.

 

Q.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겠다.

A. 지인들은 나에게 자주 좋아하는 한국 음식에 관해 묻는다. 물론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고 한국에 도착하면 가장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좋아하는 음식을 한가지로 단정할 수 없다. 거의 모든 한국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한국 식탁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다. 한국말에 ‘밥을 같이 먹으면 정든다’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언젠가 한국의 문화와 특성에 대한 수필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글의 제목은 ‘한국을 알고 싶다면 그들과 함께 식사하시라’는 거였다.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최승현[러시아/모스크바]
  • 약력 : 현재) 푸쉬킨 언어 대학교 석사 과정 재학중 전)러시아 국영방송사 러시아 시보드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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