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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봄은 다시 오는가?

  • [등록일] 2017-06-13
  • [조회]101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근 1년 가까이 논란이 되어 온 '한한령'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한국 상품의 수입세관 절차가 완화되었고 그동안 방송되지 못했던 한중합작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영화 등의 심의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여행사에서 판매를 중단했던 한국 관광 상품도 오는 7, 8월 재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그리던 봄이 그리 쉽게 올까.

 

우리는 지난 과정을 곰곰이 살펴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 한류가 유행된 이래 중국의 정책적 제재로 이토록 장기간 한류가 위축되어 온 것은 처음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반한 감정이 고조된 적도 있고, 중국의 규제정책 강화나 한류 콘텐츠 발전의 정체 등으로 한류가 단기적으로 주춤한 적은 있었지만, 그동안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며 잘 극복해 왔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사드'라는 정치적 이슈가 등장하면서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었고 잘 나가던 한류도 큰 영향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민간 교류는 국민의 '민의(民意)'에 기초한다는 미묘한 말로 한류를 강하게 압박했다. 한류 스타들의 팬미팅이나 콘서트가 취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 버스정류장이나 인터넷, TV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한류스타의 광고도 모두 사라졌다. '한한령'을 의식해 한국 기업들조차 중국 내에서 한류스타를 이용한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다. 한국 상품의 세관 절차가 엄격해지면서 SNS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던 소규모 상인들도 크게 줄었다. 심지어 여행사에서는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중단하였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중국의 반응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모습에 그들의 진면목을 봤다느니 대국적이지 못하다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렇다 할 방책 없이 속만 끓여 왔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시각에서 국익을 위해 움직였고 그들의 방식으로 대처했을 뿐이다. 사실 중국의 그러한 조치는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중국이 주변국가와 관계에서 이러한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중국은 디아이다오(일본명: 센카쿠) 문제로 2010년부터 몇 년간 일본에 강한 제재를 가했으며 반일 시위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당시 반일감정으로 일본차를 타는 이들이 차의 로고에다가 중국 국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 일이다. 이에 비하면, '한한령'은 중국 정부가 작정하고 나선 제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한령'과 별개로 반한감정이 크게 고조되지 않을 것을 보더라도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를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한령'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부터이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한국은 탄핵정국으로 들어가면서 '한한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중국과 정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한중관계 개선의 기대와 '한한령' 철회 조짐은 양국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사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전 같은 밀월관계로 회복하지 못하더라도 과도한 제재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다. 우리는 '한한령' 기간 동안 냉엄한 국제관계와 중국의 본모습을 본 것뿐만 아니라, 중국에 우리의 본모습 또한 보여주었다. '한한령'에 경제적 타격을 받고 전전긍긍 하던 우리의 모습이 중국에 그대로 전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계기로 중국인들은 한국이 중국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롯데가 펼친 광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

 

특히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하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면서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중국어 광고를 롯데 면세점과 명동 일대에 내걸었다. 하지만 이건 자충수였다. 광고를 내지 않고 기다렸다면 많은 중국인은 롯데의 애국심과 기개를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실제로 광고를 내기 이전까지 롯데의 처지를 이해하거나 무분별한 불매에 우려를 표명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감성에 기댄 광고를 내면서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이익을 잃지 않겠다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중국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발언까지 부정하는 이익을 좇는 기업으로 비친 것이다. 이전부터 한국기업이나 한류스타가 중국을 돈벌이 시장으로만 생각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한한령' 기간을 겪으며 이러한 인식은 더욱 공고해 졌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상승과 함께 '한한령' 이전부터 한류 콘텐츠나 한국과의 협업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점점 확대됐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이다.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성공한 영화는 극히 드물며, 한국 스타가 출연했거나 한국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성공한 영화도 거의 없다. 물론 단순히 흥행 여부만 가지고 성공을 판단할 수는 없다. 스크린쿼터로 인해 한국영화가 중국에서 개봉하기 쉽지 않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산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상업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성적은 한국영화의 수입이나, 한국 스타 및 감독과의 협업을 재고하게 만든다.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영화 보다 상황이 낫지만, 성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한령'으로 공식 루트를 통해 중국에 제공되고 있는 새로운 한국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은 없지만, 불법 루트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의 SNS인 웨이보나 웨이신에서 높은 관심을 받거나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서 높은 검색율을 보이는 작품도 거의 없다. 이는 사드로 인한 반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국 한류 팬을 자극할 만한 작품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문화산업 수준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인의 정서에 맞는 작품이 양적으로 팽창하였고 한류 콘텐츠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전에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수입하고 한류스타나 스텝과 협업을 하고자 하였던 것은 자본은 넘치지만,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고 능력 있는 배우나 감독의 수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숫자에서 보자면 한국보다 많겠지만, 중국의 규모에서 볼 때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문화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그러한 부족을 줄여왔다. 이는 한류 콘텐츠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한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관광업계는 어떨까. 중국 여행사들이 단체 관광 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찾는 요우커가 급감하였고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다. 7, 8월부터는 한국관광에 대한 제재가 풀리면서 다시 요우커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요우커가 한국을 방문하는 주된 이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이유는 중국과 가까워 여행비용이 저렴하고 쇼핑하기 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자연경관이나 이국적 풍경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면세점을 확대하며 구축한 쇼핑 천국이 그리 매력적인 무기가 아니다.

 

한국이 '한한령' 이전 많은 요우커를 끌어 들일 수 있었던 것은 한류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일 감정과 반홍콩 감정으로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 홍콩은 쇼핑의 천국으로 불리며 많은 요우커가 관광을 갔지만, 요우커의 증가로 홍콩 시민의 불만이 높아진데다가, 최근 몇 년간은 반정부 시위가 증가하면서 홍콩을 여행하는 요우커가 크게 줄었다. 그리고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던 요우커가 한국을 찾기 시작한 면이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잘 살렸고 요우커가 선호하는 국외 여행지로 발돋움하였다. 홍콩은 여전히 쇼핑 천국이지만, 요우커의 홍콩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방문하는 수가 줄어든 것이다. 일본이나 태국처럼 관광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국도 홍콩처럼 될 수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한령'은 적절한 시점에서 한류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달려든 측면이 적지 않다. 좀 더 냉정하게 중국을 직시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한령' 해제 조짐에 관한 보도만 해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조금만 변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면 기사가 많지 않다. 게다가 해제 조짐과 관련된 기사 대부분도 자체 취재 기사라기보다는 한국 뉴스를 인용하여 보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한한령' 문제에 있어 우리의 조급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이 큰 손해를 보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사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정치적 문제로 언제든 제2의 '한한령'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조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지만, 중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한류 콘텐츠의 더욱 업그레이드시켜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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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손성욱[중국(북경)/북경]
  • 약력 : 북경대학교 역사학계 박사 졸업
    현재)북경 항삼 국제교육문화교류중심 외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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