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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와 국제교류의 난장을 위하여

  • [등록일]2022-07-18
  • [조회] 794

지역축제와 국제교류의 난장을 위하여





한국은 현재 1천여 개에 달하는 지역축제를 보유하고 있는 ‘축제 부자나라’이다. 하지만 지역축제를 경제적인 부의 창출이나 국제교류의 선봉장으로 몰아세우게 되면 자칫 축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결국 축제의 본질도 잃어버리고 처음 목적했던 경제적 효과나 국제교류에 이득이 될 리도 만무하다. 지역축제를 통한 국제교류 활성화라는 향기로운 과실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우선 축제가 내포하고 있는 특질이 무엇이고 이를 발현하려면 어떠한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지구촌 사람들에게 한국의 작은 지역 축제가 어떻게 하면 소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축제의 체험속성과 지역 브랜드 전략을 중심으로 고민에 대한 해답을 풀어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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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강릉 단오제 홈페이지



1. 축제와 국제교류의 난장에 들어가기 앞서


축제는 지역의 문화적 자산인 동시에 관광매력의 자산이 되고 있다(Getz, 1997). 축제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 상징가치에서 출발하여 지역주민의 에토스(ethos)와 파토스(pathos), 놀이(play) 그리고 신앙이 결부된 유무형의 자산을 그 원천으로 한다. 나아가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웃 마을과 사람들에게도 그 내용과 형식이 공유되고 그 자체가 구경거리와 즐길거리 또는 매력적인 관광대상으로 확대된 것이 오늘날의 지역축제로 승화되었다(이훈, 2006).


지구촌에서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강릉 단오제와 진주 남강 유등축제와 같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훌륭한 축제도 있다. 한편 지역축제는 지역가치 창출과 방문 매력성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개발되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군악제와 예술 페스티벌, 독일 뮌헨의 맥주 페스티벌, 한국 춘천의 마임 페스티벌, 보령의 머드 축제, 하동의 녹차 축제와 같이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행사는 아니지만 예술이나 특산품, 지역특화 아이템 등이 주제가 되어 관광객의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지역축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개최되었거나 계획 중인 축제는 944건이다. 코로나19로 갖가지 행사들이 취소된 점을 감안하면 대략 1천여 개의 지역축제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축제 부자’ 나라인 것이다.





혹자는 작은 나라에 축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지만, 진화 생태학자인 최재천 박사가 그의 저서 『거품예찬』에서 언급했듯 넘쳐야 흐를 수 있다.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충실했던 한국에서 ‘한류’라는 슈퍼맨은 어쩌다 생겨난 것이 아니라 ‘드라마 왕국’이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콘텐츠를 수없이 만들다 보니, <대장금>이나 <별에서 온 그대> 같은 성공작이 나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축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축제들이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시들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넘쳐야 고여서 썩지 않고 흐르는 법이다. 이처럼 축제 역시 이른바 ‘축제의 난장’이 펼쳐져야 축제다운 축제들이 생명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지역축제가 국제교류의 마중물이 되고 자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축제다움이 응축되고 만발해야 가능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교류라는 형식을 떠나서 지역축제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잘 발현하게끔 하면 국제교류라는 달콤한 열매가 감자넝쿨 마냥 술술 딸려 나온다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지역축제가 어떤 의미에서 국제적 교류의 장을 펼쳐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그 가능성이 발아, 성장, 진화해 진정한 국제교류의 선봉장이 되려면 어떠한 측면들이 고려되어야 할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지역축제의 목적과 특성


먼저 지역축제를 왜 개최하며, 그 특성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축제의 어원을 살펴보면 영어의 축(祝)를 의미하는 단어인 ‘festival’은 성일(聖日)을 뜻하는 라틴어의 ‘festum’에서 유래되어 기쁨, 환락, 흥청망청 떠들기라는 뜻을 가졌으며 절제 혹은 금욕(abstinence)이라는 뜻을 지닌 ‘feria’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축제는 특정 문화현상을 지구촌 국가들이 품을 수 있는 일종의 공통 그릇 즉, 공유 가능한 형식과 조화를 맞추어 이벤트로 재현되는 것을 말한다. 이상적인 축제는 인종과 언어, 종교 그리고 역사적으로 서로 조화로움을 이루며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축제의 장에서 어울려 대동성(大同性)을 함께하는 대상은 개최 지역의 주민들뿐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이나 우연히 지나친 불청객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축제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게츠(Getz, 1997)에 따르면, 인류학적, 사회학적 의미에서의 축제는 종교,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축제 참가자들의 개인적인 소비 대상이라기보다는 참가자들의 소속감, 예술, 스포츠 등의 특별한 목표를 발현시켜주는 공공 성격의 행사로 정의된다. 이러한 축제는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와서 현대적으로 이어지는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개발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개최하는 각종 이벤트, 문화제, 예술제, 예술경연대회 같은 문화행사를 전반적으로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축제가 시대 속에서 답습해 온 사회적 의식과 습관, 사고를 바탕으로 했다면, 오늘날의 축제는 현대 사회의 시대정신과 감각에 알맞게 지역 역사와 호흡하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시공간을 공유하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축제의 소재는 자연 경관과 환경, 인물, 특산물, 문화예술 등을 꼽을 수 있다.



3. 국제교류의 의미와 초창기 한류로부터의 교훈


국제교류는 과거에는 주로 경제의 영역이었다. 상호 간의 물물교환으로 부족한 영역을 메꾸고 삶을 윤택하게 하고자 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경제에 한정되었던 국제교류는 오늘날 모든 분야에 걸쳐 다원화된 국제교류로 탈바꿈되었다. 국제교류의 주체 또한 국가 중심에서 개별 주체, 즉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등으로 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우리의 지구촌은 분화되고 첨단화·정보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서로 다른 분야의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했다. 국가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아닌, 지역과 지역 간의 국제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 자체가 전체를 대변하고 독점하는 형태였다면, 현재는 다양한 주체들이 대등한 협력관계를 이루는 것을 진정한 국제교류라고 말할 수 있다.


초창기 한류는 일방향(一方向)의 거대한 매력덩어리 즉, 소재 중심의 전략을 펼치면서 얼마 못 가 소멸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문화의 진정성(authenticity)을 중심으로 한 문화전략 기획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오랫동안 문화수입국에서 문화생산국으로 갈아타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어려웠다.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 수출이 상품 수출과는 다르다는 인식, 문화산업이 교역이 아닌 교류라는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손대현, 2007). 국가 간의 문화교류는 그 목적에 맞게 먼저이며, 수익성은 돈벌이는 나중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는 성급하게도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류를 통해 IMF를 극복해보자는 캐치프레이즈가 생길 정도로 전국민의 희망이 되었던 그 기특한 한류의 물결에 독버섯처럼 혐(嫌)한류, 반(反)한류가 자라났던 뼈아픈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4. '축제다움'을 위한 다섯 가지 체험속성과 국제교류


다시 축제로 돌아가 보자. 앞서 축제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축제의 원천은 지역의 전통과 문화, 상징가치에서 출발해 지역주민의 에토스(ethos)와 파토스(pathos), 놀이(play) 그리고 신앙이 결부된 유무형의 자산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가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이렇듯 그 지역이 지닌 독특하고도 진정한 무언가를 느끼고 또 즐기기 위해서이다. 쉽게 말해서 축제다움을 체험하고 싶어서이다.


일찍이 이훈(2006)은 축제의 체험속성을 일탈성, 놀이성, 대동성, 신성성, 장소성 등 5가지로 정리했다. 각 요소별로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탈성’은 말 그대로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행동을 어떠한 계기로 하게 되는 것이다. 축제의 장에서는 일상생활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일탈이 보장된다는 특징이 있는데, 축제를 통해 사람들은 방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비일상성을 일정 시간 경험하는 무질서와 난장의 카오스 상태를 체험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근원적 인간성을 회복하게 된다. ‘놀이성’은 완전히 몰두하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게 되는 자발적인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놀이성은 외재적 보상을 획득하기 위한 특정한 목적 달성이 아니라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는 내재적 보상을 추구하기 위해 푹 빠져드는 성질을 말한다. 축제의 장에서 참가자들은 지역민과 어우러져 자발적으로 체험 속에 몰입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대동성’은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겨나는 집단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특정 공간에 모인 누군가와 하나가 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축제의 장에서는 연령, 성별, 경제력,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참여자가 비슷한 행동이나 감정을 느끼며 일체감에 빠져들게 된다. ‘신성성’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숭배와 경외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현대적 축제에서는 그 의미가 많이 약해졌지만 축제의 전야제와 개막식 그리고 페막식 등을 통해 참여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축제의 장에서는 대규모 공연이나 퍼레이드 등을 통해 압도되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신성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소성’은 축제가 일어나는 공간에 대한 관여가 높아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체성과 애착이 강화되는 체험을 의미한다. 장소성은 지역 고유의 특성과 매력이 깃든 축제에서 보다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은 그 경계를 넘어서 국제적이고도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