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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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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관광객 100만명 시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 [등록일]2017-03-28
  • [조회] 1105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터키 방송과 터키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터키가 이들의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01년만 해도 터키를 찾는 아랍 관광객수는 70만명에 그쳤지만 2011년 400만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에 2012년 12월 27일 실린 기사다. 이 기사는 지금 이렇게 바뀔 수 있다.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한국 방송과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이 이들의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객수는 지난 해 77만명에서 33% 증가한 98만명에 달했습니다.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습니다.”

  

사실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6년 방한 무슬림 관광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이 전년의 77만명에서 33% 증가한 98만명으로 집계됐다. 곧 무슬림 관광객 100만명 시대가 열린다.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이 증가한 건, 앞서 차용한 터키를 아랍 관광객들이 많이 찾게 된 이유와 같다. 터키는 같은 이슬람 국가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영향도 크지만, 기사에 적시된 대로 가장 큰 이유는 터키 방송과 터키 문화의 영향력이 커진 덕이다. 터키 드라마는 아랍권에 상당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 영향력이 관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도 상당 부분 한류 덕이다. 한국 드라마로 촉발된 뒤 K-Pop이 견인하면서 한류 열풍이 상당하다. 그 열풍의 근원지를 찾아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무슬림 관광객 증가율 33%가 지난 해 외래 관광객 증가율 30.5%를 상회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총 관광객 중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약 74만 명, UAE 등 중동 지역에서 약 16만 명, 기타 구미주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약 8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남아시아 지역이 가장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간한 「무슬림 관광객 유치 안내서」- 출처 : 한국관광공사


무슬림 관광객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긴 했지만 그간 눈밖에 뒀던 무슬림 관광객을 새삼 여러 관계 당국이 조명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관광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체재로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한편 무슬림 지역, 특히 인도네시아를 한류 전진 기지로 눈여겨보는 전략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에서 한한령 여파가 거세다.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 한국 연예인 출연 금지, 한국 가수 공연 금지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한국 관광도 점점 조여오고 있다. 관광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하고, 전세기 취향 등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줄이고 있다. 

  

이런 압력이 거세지자 한동안 중국만 바라보던 대중문화 관계자, 관광업계 종사자, 정부 당국 등이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시에 무슬림 관광객을 주목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국가이며, 이곳에서 가장 많이 한국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교류가 재개된 이란을 비롯해 아랍국가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즉 중국을 대체할 한류 시장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방치하다시피 했던 이슬람 문화권에 관심을 갖고 조명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울 관광 마케팅의 다변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언론사 초청 팸투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보 부족으로 서울 여행을 계획하지 못하는 이슬람 관광객들에게 서울 속 이슬람 문화를 소개하려 기획했다. 

  

지자체 뿐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중국의 한한령을 극복하기 위해 이슬람권 국가들과 방송 콘텐츠를 공동 제작해 이들 국가로 한국 콘텐츠 진출 확대에 나서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 한한령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시장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권 57개국이 참여하는 이슬람방송규제포럼에 참여해 이슬람권 한류 확산을 위한 통로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한류를 이슬람권에 전파하는 교두보를 삼겠다는 정책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무슬림 관광객 증가를 목표로 하고, 무슬림 지역으로 한류 콘텐츠를 더욱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유커의 대안이자, 중국 시장에서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그동안 무슬림 관광객을 외면했든 안했든 목표가 정해졌으니, 이제 현지 수요와 시장성, 관광 유인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이슬람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한류 열기는 상당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002년부터 공중파 TV를 통해 <가을동화>,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올인> 등 한국드라마가 방영돼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겨울연가>는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재방송이 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대장금>은 한국 음식의 인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드라마의 인기는 한국 관광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았다. 실제 말레이시아 관광객 상당수가 <겨울연가> 주요 촬영지인 남이섬을 방문했다. 드라마로 일기 시작한 한류 붐은 OST와 K-Pop 열기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형 쇼핑몰의 음반가게마다 ‘한국 드라마 OST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한국 관련 음악 CD와 DVD, 한국 연예인의 사진도 많이 팔리고 있다. 

   


 

(왼쪽) 인도네시아 한류커뮤니티 한사모(Hansamo)의 한국문화체험행사 -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오른쪽) 드라마 <겨울연가> 속 눈사람과 함께 - 출처 : https://nadianadira.wordpress.com


인도네시아 한류 열기는 말레이시아보다 한층 뜨겁다. 말레이시아가 베트남, 태국 등 주변 나라들보다 한류 열기가 늦게 퍼진 반면 인도네시아는 이미 K-Pop이 최고 인기다. 2016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K-콘텐츠 엑스포 2016’에는 사흘간 2만 여명이 방문했다. 인도네시아에는 한국드라마와 K-Pop에 이어 한국영화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통상 드라마와 음악, 영화 순으로 파급력을 보이는 걸 고려하면 인도네시아의 한류 열기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도네시아 영화제’가 열려 <밀정>, <부산행>, <곡성>, <인천상륙작전> 등 한국영화 13편이 현지 관객들과 만났다. 

  

이렇듯 동남아시아 이슬람 문화권에 한류 열기가 상당하지만 시장성을 갖고 있느냐는 건 다른 문제다. K-Pop 가수들은 대체로 아시아 투어를 하면 중국과 일본, 대만, 홍콩, 태국 등을 돌지만 동남아시아까지 공연을 이어가지 않는다. 아직 이 지역에서 뚜렷한 수익을 올릴 만큼 한류 시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마냥 이 시장이 성장하기를 기다릴 수만도 없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18억 이슬람 문화권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인도네시아에 꾸준히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 미국, 다음가는 세계 4위 인구대국(2억 5,000만명)이다. 중산층 인구(5,000만명)가 한국 전체 인구에 육박한다. 평균 연령도 29세로 젊기에 세련된 문화 콘텐츠를 수용할 여지도 많다.



 

(왼쪽) 인도네시아 K-Content Expo 포스터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오른쪽) 남이섬에 마련된 무슬림 기도시설(무솔라) - 출처 : https://nadianadira.wordpress.com


한류 콘텐츠를 이슬람권에 적극 전파하도록 하겠다는 건, 한국문화 전파에 이은 부수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한국 상품의 선호도를 높이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높여 한국으로 유입하는 효과를 낳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전략이 실효를 거둔다면 동남아시아 무슬림 관광객 증가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한국에서 무슬림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면, 턱없이 부족하다.

  

‘2016 방한 무슬림 관광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낮다. 응답자의 38.3%가 한국여행에서 필요한 개선사항 1순위를 ‘음식’으로 꼽았다.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가공된 음식만을 먹는다. 이를 할랄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할랄 인증 음식점이 10여 곳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무슬림 관광객 상당수가 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직접 조리를 하거나 한국에서 구입한 가공음식 또는 자국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마저 제대로 먹을 수 없는 곳을 자주 찾을 리 만무하다. 또 무슬림은 하루 5번 기도를 해야 하기에 기도실이 필요하다. 이 기도실도 제대로 갖춰진 곳이 적다. 무슬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이섬에 고작 식당 주인이 사비를 들여 만든 기도실이 하나 있을 정도다. 화장실도 문제다. 일부 이슬람 문화권에선 화장실에서 휴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을 사용한다. 비데를 준비한 화장실이 많아야 한다. 

  

이처럼 한국에 무슬림을 위한 편이시설이 전무 하다시피 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 무슬림 관광객이 한해 100만 명이 찾을 만큼 늘었지만, 외면하다시피 한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한국인의 이슬람포비아가 가장 큰 이유다. 서구권에 치우친 교육으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무지가 크다. 거기에 IS 등 테러 단체로 인해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 더해졌다. 무지와 거부감은 공포로 이어진다. 인종차별도 한 원인이다. 기독교 단체의 이슬람 문화 유입에 대한 거부도 큰 영향을 끼친다. 실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춘천, 양양, 평창, 강릉 지역에 할랄타운을 조성하려다 기독교 단체들의 강렬한 반대로 해당 사업을 백지화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려던 이슬람 금융 유입도 기독교계의 거센 반대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무지와 거부감, 반대 등은 무슬림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한 시설 확충에 큰 장애물이다. 이는 옆 나라 일본과도 비교된다. 할랄은 비단 음식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화장품, 약품, 소비재, 금융, 물류,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때문에 세계 할랄 상품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2012년 1조 6000억 달러에서 2018년 2조 5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이 할랄 시장을 잡기 위해, 무슬림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할랄 상품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할랄 인증 획득 지원 등을 통해 이슬람 소비자와 일본음식·식문화를 연결한다는 ‘쿨재팬 할랄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할랄 인증 확대를 위해 일본할랄협회, 일본아시아할랄협회, 일본무슬림협회, 일본이슬람문화센터, 이슬라믹센터 등의 단체가 활동 중이다. 할랄 도시락 배달 서비스까지 성황 중이다. 

  

일본 정부가 할랄 상품 시장에 눈독을 들인 건, 한국과 비슷한 이유였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것을 우려해 일찌감치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2013년 7월부터 동남아시아 5개국에 대한 비자 면제와 완화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이 급증한 건 물론이다. 관광객이 급증했기에 할랄 상품에 대한 연구와 지원 등도 급성장한 것이다. 

  

한국이 일본 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한류 콘텐츠가 무슬림 관광 유입 효과는 상당한 반면 정작 한국에선 밥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무슬림 관광객 증가는 곧 꺾일 수밖에 없다. 

  

또한 무슬림 관광객이라도 아랍 문화권과 동남아 문화권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2016 방한 무슬림 관광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은 전체적으로 ‘쇼핑’(66.1%)을 가장 선호하는 관광활동으로 선택했으나, 아시아 무슬림은 명동과 동대문, 남대문 시장을, 중동 무슬림은 소규모 상점과 백화점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터키는 관광 외에도 비즈니스 출장목적의 방문이 높아 소비액도 아시아 무슬림의 소비액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슬림 관광객 중에는 의료 관광도 상당하다는 걸 파악하고 정책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2013년 무슬림 국내 의료 관광 규모는 1인당 진료비가 평균 1039만원이다. 계속 성장하는 추세다. 앞서 소개한 가디언 기사에서도 터키를 찾는 아랍 관광객들 중 상당수가 성형 수술을 받는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수요가 큰 만큼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이렇게 갈 길이 먼데도 정부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여파다. 박근혜 대통령은 할랄 관광, 아랍인 의료서비스, 할랄 관광 유치 등에 상당히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이 배경에 구속된 차은택씨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옳은 정책 방향인데도 불구하고 국정 농단 여파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전임 정부의 정책이라고 없던 일로 한다면 무슬림 관광객 유치나 이슬람권 한류 전파 등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정책의 바른 연속성이 필요하다. 

  

2015년 세계 이슬람 여행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나이지리아에 이은 55위다. 일본은 37위였다. 비이슬람 국가 중 가장 순위가 높은 나라는 태국이다. 태국은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항부터 할랄 음식점과 기도실, 인터내셔널 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불교 국가지만 무슬림을 위한 사원이 3,600여개가 넘는다. 

  

한국도 이제 준비할 때다. 한류가 뿌린 씨앗을 넋 놓고 있다가 남이 베가는 줄도 모르게 잃을 수는 없다. 늘 위기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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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전형화
  • 약력 : 머니투데이 기자